1. 같은 지각, 두 가지 해석
한 가지 일상의 장면으로 글을 시작해 보자. 오늘 아침 당신이 회사에 30분 늦었다. 마음속으로 어떤 설명이 먼저 떠올랐는가. 아마 길이 막혔거나 지하철이 늦었거나 출근 직전 가족과 짧은 일이 있었다는 설명이었을 것이다. 즉 상황 탓이다.
그런데 같은 날 동료가 30분 늦게 도착했다. 머릿속에 어떤 첫 번째 생각이 스쳐갔는가. 솔직하게 떠올려 보면 그 사람이 게으르다거나 책임감이 없다거나 일을 가볍게 여긴다는 생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성격 탓이다.
같은 행동을 두고 자신에게는 상황 탓을 하고 타인에게는 성격 탓을 하는 이 현상에는 50년 된 이름이 붙어 있다. 인지심리학과 사회심리학의 교과서 첫 장에 등장하는 이 개념의 이름은 근본적 귀인 오류다.

2. 존스와 해리스의 카스트로 실험
1967년 미국 듀크 대학교의 에드워드 존스와 빅터 해리스는 한 가지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설계했다. 그들은 참가자들에게 한 학생이 쓴 짧은 글을 읽게 했다. 그 글은 당시 미국의 적대국이었던 쿠바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를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 다음 부분이다. 참가자들에게 한 가지 핵심 정보가 사전에 제공되었다. 그 글을 쓴 학생은 자신이 카스트로를 옹호해야 한다는 강제 지시를 받았다는 정보였다. 즉 그 글은 학생의 본인 의견이 아니라 단순한 과제로 쓴 글이었다. 그런데 존스와 해리스가 참가자들에게 그 학생의 진짜 정치적 입장을 추측해 보라고 요청하자,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3. 사람들은 분명한 상황 정보를 무시했다
참가자들의 다수는 그 학생이 사실은 카스트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답했다. 강제 지시라는 명확한 상황 정보를 분명히 듣고 알고 있었음에도, 그 정보를 거의 무시했다. 대신 글의 내용 한 가지만 보고 글쓴이의 성격이나 신념을 판단했다.
존스와 해리스는 이 결과에 대응성 편향이라는 이름을 처음 붙였다. 10년 후 1977년, 스탠퍼드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리 로스는 이 현상에 더 강한 이름을 붙였다. 근본적 귀인 오류였다. 근본적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이 오류가 일부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특수한 편향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 전체에서 발견되는 가장 보편적인 판단 본능이라는 의미였다.

4. 왜 우리는 분명한 상황을 외면하는가
왜 사람들은 분명히 보이는 상황 정보를 무시할까. 인지심리학은 세 가지 원인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시야의 차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행동을 볼 때 가장 또렷이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의 모습 그 자체다. 그 사람을 둘러싼 상황은 시야의 배경으로 흐릿하게 처리된다. 우리의 뇌는 또렷이 보이는 것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을 중심으로 판단을 내린다.
두 번째는 인지적 게으름이다. 성격 한 가지로 사람을 설명하는 것이, 그 사람을 둘러싼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보다 뇌의 에너지를 훨씬 덜 소모한다. 우리의 뇌는 가능하다면 항상 쉬운 쪽을 선택한다.
세 번째는 도덕적 본능이다. 상황 탓을 인정하면 그 사람의 행동을 어느 정도 봐줘야 한다. 그러나 성격 탓으로 판단하면 그 사람을 비난할 수 있고, 나의 도덕적 우위를 확인할 수 있다. 비난은 뇌에게 일종의 보상감을 주기 때문에, 뇌는 자주 더 비난하기 쉬운 판단을 선호한다.

5. 행위자와 관찰자의 시야 비대칭
그렇다면 왜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는 이 잣대를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을까. 1971년 사회심리학자 에드워드 존스와 리처드 니스벳은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가 행위자일 때와 관찰자일 때는 시야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이 행위자일 때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다. 늦었을 때 가장 강하게 떠오르는 것은 막힌 도로, 늦게 도착한 지하철, 평소보다 길어진 회의, 잠을 설치게 만든 알람 소리다. 그러나 자신은 그 상황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반면 타인이 늦었을 때 우리에게 또렷이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의 표정과 몸짓일 뿐, 그 사람이 그날 아침 겪은 상황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같은 사건도 누구의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그림이 된다. 이 시야의 비대칭이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판단의 비대칭을 만든다.

6. 리 로스가 남긴 한 줄의 처방
리 로스는 1977년 한 학술지 글에서 인간의 사회 판단에서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본능이 무엇인지 정리했다. 그는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판단 본능이 타인의 행동을 그 사람의 성격으로 설명하려는 본능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이어서 한 줄짜리 처방을 덧붙였다.
우리가 진심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싶다면, 첫 번째 본능에 굴복하지 말고 두 번째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처방이었다. 그 두 번째 질문은 매우 단순하다. 그 사람의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이 한 줄짜리 자기 질문이 50년 동안 사회심리학의 핵심 처방으로 자리 잡았다.

7. 지하철에서 일주일 후 깨달은 이 씨의 사례
30대 직장인 이 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어느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한 남자가 이 씨의 어깨에 강하게 부딪혔다. 사과 한마디 없이 그는 그대로 지나갔다. 이 씨의 첫 번째 생각은 그 사람이 매너가 없는 사람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날 종일 이 씨는 그 짧은 순간을 떠올리며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정확히 일주일 후, 이 씨 자신이 중요한 회의에 늦어 지하철에서 뛰던 중 누군가의 어깨에 부딪혔다. 그 순간 이 씨는 사과할 여유조차 없이 회의실로 달려갔다. 그날 저녁 이 씨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일주일 전 자신에게 부딪혔던 그 사람도 어쩌면 자신처럼 어딘가에 간절히 가야 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행동이지만 자신이 행위자였을 때는 절박한 상황이 또렷이 보였고, 자신이 관찰자였을 때는 상대의 표정만 보였다. 이 씨의 깨달음은 사회심리학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일상으로 옮긴 작은 장면이었다.

8. 한 줄짜리 질문이 만드는 시점 전환
근본적 귀인 오류에서 한 발 벗어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누군가의 행동에 화가 나는 순간, 자신에게 한 번만 물어보면 된다. 그 사람의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이 한 줄짜리 자기 질문은 시야의 중심을 사람에서 상황으로 잠시 옮겨 준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이를 시점 전환이라고 부른다. 시점 전환이 한 번 일어나면 비난의 강도는 평균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연구가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질문이 타인에게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좋다는 점이다. 타인을 덜 비난하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자신도 덜 자책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향한 비난의 잣대도 함께 부드러워진다.

9. 일상에서 실천할 다섯 가지 작은 습관
오늘 살펴본 내용을 일상에 적용할 다섯 가지 작은 습관을 정리한다.
우선 누군가에게 화가 나는 순간, 즉시 비난하지 말고 5초만 멈춘다. 이 5초가 시점 전환을 위한 최소한의 인지적 여유를 만든다.
다음으로 그 사람의 상황을 한 가지 이상 떠올려 본다. 길이 막혔을 수도, 가족이 아팠을 수도, 잠을 못 잤을 수도 있다. 한 가지의 가설만 떠올려도 비난의 단단함이 풀린다.
또한 자신에게 한 번 물어본다. 그 사람의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솔직하게 답해 보면 답이 거의 같다는 사실이 자주 발견된다.
그리고 한 주에 한 번은 자신이 했던 가장 부끄러운 행동 하나를 떠올려, 자신이 그 행동의 상황을 어떻게 변호하는지 살펴본다. 그 변호의 정교함이 우리가 자기에게 베푸는 관용의 크기다.
마지막으로 그 변호의 정교함을 다른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 본다. 자기에게 적용하는 잣대를 타인에게도 적용하는 작은 평등이 시작되면, 인간관계의 갈등은 평균 절반으로 부드러워진다.

10. 다섯 습관이 효과를 내는 원리
위 다섯 가지 습관에는 공통된 원리가 있다. 모두 자기 시점에서 타인 시점으로 한 발 옮겨 보는 작은 인지 훈련이라는 점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조망 수용이라고 부른다. 자기 안에 갇힌 시야를 잠시 타인의 자리로 옮겨 보는 능력이다.
조망 수용이 한 번 일어나면, 자기 안에서만 분명했던 판단이 갑자기 흐려진다. 그 흐려진 판단은 더 이상 한 시간의 분노를 정당화할 만큼 단단하지 않다. 이것이 다섯 가지 습관이 단순히 타인을 봐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지 구조 자체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중요한 이유다. 자기 자신을 변호하는 정교함의 절반만 타인에게도 베풀면, 세상의 갈등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11. 마치며: 한 줄의 질문이 만드는 평등
우리는 매일 수십 명의 사람을 마주친다. 그리고 매일 수십 번 그 사람들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판단한다. 그 판단의 대부분은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한 판단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그 사람의 상황을 거의 알지 못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사람의 표정과 몸짓이라는 빙산의 한 조각일 뿐이고, 그 사람이 그날 아침 겪은 모든 일은 보이지 않는 빙산의 본체다.
오늘 글에서 단 한 가지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누군가의 행동에 화가 나는 순간, 한 번만 자신에게 물어보는 한 줄. 그 사람의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이 한 줄이 1967년 존스와 해리스가 발견한 50년 된 인간의 본능을 잠시 멈추게 한다. 그리고 그 멈춤의 짧은 순간에, 자신에게 베푸는 변호의 정교함을 타인에게도 동일하게 베풀 수 있는 평등이 시작된다. 자기 자신에게 다정하면서 타인에게도 똑같이 다정한 사람이 결국 가장 자유롭다.